최근 보라카이 여행을 갔을 때 다른 여행자들은 이 곳에서 어떤 경험을 했을까 궁금증이 생겨 블로그 리뷰를 검색해보다 발견한 책이다. 글&그림작가 부부가 하와이에 가서 2년 좀 안되는 시간동안 거주하며 쓰고 그린 책인데 글은 아내가 쓴 거라 아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와이는 가본 적이 없다. 애초에 미국 땅은 밟아본 적이 없기에 과연 어떨지 쉽게 상상은 안되지만 그 이국적인 열대의 분위기는 분명 필리핀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이 부부는 프리랜서인지 하와이에서도 일을 하며 지내는데 사실 일기 내용 자체는 일 보다는 노는 내용이 당연히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체의 70%는 차지하는 듯한 보디보드 일화가 눈길을 끌었는데 보디보드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다양한 물놀이를 즐기고 온 입장에서 흥미롭기도 하고 이해가 가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글쓴이도 그렇지만 그 남편이 특히 바다에 푹 빠져서 암초와 산호초가 즐비하고 파도가 높아 위험한 구간에서도 매일같이 파도를 탔다 하고, 매일 앱으로 바다의 상태를 체크하며(이런 앱도 있다니) 하루하루를 바다만 바라보며 지냈다 한다. 덕에 매일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하는데 단지 스노클링만 한 나도 상처를 입은 마당에 저걸 종일 하면 온 몸이 고목처럼 되겠다 싶었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은 그와 관련된 것에 대해 잔뿌리를 내리는 식물처럼 관심의 범위를 넓혀나가기 마련인데 그걸 텍스트를 통해 생생하게 접하는 느낌이었다. 덕후란 이런 것이구나.
글쓴이는 상당히 부유한 듯 했다. 애초에 포틀랜드와 하와이라는 미국 땅에서 4년 동안 살 수 있었다는 것 부터가 끝난 얘기지만 이 외에도 연희동의 자가주택이나 해외유학생활을 하는 딸이나 대한민국의 중산층 느낌이 물씬 나는 가족이었다. 예전엔 돈의 힘을 잘 몰랐는데 요즘엔 이렇듯 여러가지를 접하다보니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보다 적은 고민과 노력으로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건 결코 가볍게 여기기 힘든 조건인 것이다.
아무튼 글쓴이는 보디보드 뿐만 아니라 훌라춤, 레이(Lei)꼬기 등 을 배우는데 현지를 온전히 즐기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영어도 잘 하시는지 현지인들과 큰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시던데 이 책을 보면서 영어를 다시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필리핀 여행때 영어 문장을 구사하기는 커녕 아는 영어 단어를 입에서 내뱉는 것 조차 힘들어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건 해당 언어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든 소통하고자 한 마디라도 더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그런 듯 하다. 혼자서라도 여행을 떠나 손짓 발짓으로 헤쳐나가는 경험을 해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전면재택(!)을 시켜준다면 해외에서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 것이다. 혹은 미래에 그토록 원하는 프리랜서가 된다면 어떻게 가능할지도? 지금 당장은 직장, 언어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지만 이런 책을 읽으며 상상해보는건 즐거운 일이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고 살았는데 이렇듯 다른 사람의 세계를 접하고 대입해보게 된다는건 책으로만 겪을 수 있는 일인 듯 하여 앞으론 보다 독서 시간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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