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플러스 무료 게임으로 풀려서 다운받은 플레이그 테일. 존재 자체도 몰랐고 할 생각도 없었는데 꽞님의 트윗을 보고 흥미가 가서 잡아보았다.
난 원래 어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스토리 등 몇몇 사전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런 다음 이게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 퀄이 괜찮은지 아닌지 판단한 후 시작한다. 안 그래도 시간과 체력을 쓰는 활동에서 잘 맞지도 않은걸 잡아 손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이 게임은 연금술을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내용만 알고 있는 채로 하게 되었는데 그 덕인지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겨줘서 신기한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이 게임은 흑사병이 만연한 14세기 중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그 덕에 주인공들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데 특이하게도 주인공이나 주요 조연들이 죄다 어린아이다. 보통 주인공이 어린이어도 조력자로 어른이 한두 명쯤은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서는 어른 조력자가 있긴 했지만 그야말로 얼굴만 비추고 사라지는 꼴이라 아이로 시작해서 아이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 느낌이었다.
가장 놀랐던건 쥐를 활용한 연출과 블본 뺨치는 잔혹한 배경들이었다. 우선 쥐는 그야말로 득시글 거리는 벌레떼를 연상시켰고 설치류를 선호하는 내가 봐도 무척 징그럽고 혐오감이 들었다. 만약 본가에서 큰 TV로 이 게임을 했다면 아빠가 화내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끔찍하게 표현을 잘했다.
그리고 전쟁에다 역병이 만연한 세상을 그리기 위해 맵 곳곳에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즐비했는데 주인공이 애들이라 그런지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블본도 비슷한 느낌의 세계지만 보다 간결하게 완급조절을 하면서 전체적으론 시크한 간지를 추구했다면 이 게임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을 표현했다고 할까? 심지어 쥐한테 파 먹혀서 상반신만 남은 사람 시체, 혹은 지평선 너머까지 쌓인 돼지들의 시체산 등등 그야말로 정도를 모르는 곳까지 뻗어가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묘지에서 블러드본은 묘비나 나무로 분위기를 잡은 다음 파밍용 시체만 몇 개 던져놓는다면, 여기선 물에 빠진 시체, 천에 덮인 시체,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체 등등 시체를 활용한 온갖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준다.
또 첨언하자면 이 게임은 이 다음에 플레이했던 <완다와 거상>처럼 가만히 있으면 HUD가 사라져서 스샷 찍기 편해졌는데 이건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설정 들어가서 껐다키면서 게임하기 힘들어요.
게임은 전체적으로 잠입/암살로 진행되고 이는 내가 선호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손맛이 상당히 괜찮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플레이했다. 다만 후반부에 몇몇 구간에서 갑자기 10번 넘게 죽기도 하는 등 난이도 조절이 이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
중후반부까지 꽤 재밌게 했던 이 게임을 깎아먹은것은 다름 아닌 스토리. 작중 내내 알 수 없는 병에 끙끙 앓던 동생이 갑자기 능력을 발현하면서 쥐를 조종하는데 왜 피를 심문관한테 뺏긴 후부터 쓸 수 있게 됐는지 그 이유도 모르겠고, 엄마나 연금술사가 병을 고치기 위해 방에 틀어박혀 연구한 것을 생각하면 사용에 따른 큰 페널티가 있다는 등의 타당한 이유가 필요할 거 같은데 그런 거 없이 두통만 좀 겪는 게 전부라 전반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 만약 쥐로 인해 역병이 퍼지는 것이 문제였다면 적이 그 능력을 발현했든 안 했든 일단 자기도 안 쓰는 게 맞지 않나? 근데 병을 고치는 것도 실패하고, 적인 줄 알았던 쥐는 갑자기 아군이 되고, 그 쥐를 가지고 최종 보스와 쥐 VS 쥐로 싸우고. 심지어 엔딩에서는 쥐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막판에 전개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아미시아가 해온 고생은 대체 뭐가 되는 것인지.
실망스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앞서 언급했던 쥐를 이용한 연출이 무척 감명깊었고, 이는 최종 보스전에서 정점을 찍었기에 평점은 괜찮게 주고 싶은 게임이다. 후속작이 나온다는데 떡밥 회수 같은 쪽을 보다 신경 써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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