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컨택트 Arrival , 2016

Mono_0313 2018. 1. 17. 14:43

 

 

컨택트 Arrival , 2016

 

 

원제는 Arrival지만 한국에선 Contact로 개봉한 영화, <컨택트>. (개인적으론 Contact쪽이 더 맘에 든다)

 

트위터에서 우연히 포스터를 접했는데,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같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 날 새벽 찾아서 보았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았는데 예상보다 취향에 맞았고,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다.

초반 장면부터 색감이나 화면배치가 취향이었는데(병실 회상신이 나오는데 저채도에 음울한 푸른빛 위주로 구성돼있다)

영화 내내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어 스샷도 상당히 많이 찍었다.

 

내용이 정체모를 외계인과의 접촉, 소통 위주로 흘러가기에. 그리고 중간중간 딸과 관련된 회상신이 나오길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인가 했는데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 알고보면 회상신도 아니고...

 

 

 

 

 

 

 

 

외계인을 처음 보고 기겁하는 주인공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또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게임, 블러드본을 떠올리게 했다.

위대한 자(우주의 딸 이브리에타스)와 처음 접한 성가대가 이런 식으로 소통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었달까.

 

영화 내 설정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원형으로 표현되는 외계인의 언어 문장이었는데

참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간의 언어는 좌에서 우든, 우에서 좌든, 위에서 아래든 주로 선형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까.

이런 단순한 발상의 전환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외계인의 외형을 넘어선 신기함과 이질감을 갖게 하고,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장치를 생각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사고방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외계인보다도 외계인같은 사람들

 

 

 

 

지금 보니 외계인의 상체 부분이 다크 소울 시리즈의 인간성(잔불)의 형태와 비슷하다.

딴 소리지만 게임 하나를 재밌게 하고나면 이런 식으로 다른 매체를 접할때도 그 게임이 떠오르곤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주인공과 외계인의 의사소통이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보단 지구인과 지구인의 의사소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서로의 언어를 전혀 모르지만 하나씩 깨닫고 이해해가며 미숙하게나마 대화를 이어가는 지구인과 외계인과는 달리

서로의 언어를 무척 잘 알고 능숙한 의사소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단절해버리는 지구인과 지구인의 모습.

해당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이게 영화의 주제인가 했는데 결과적으론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아무 생각없이 넣은 장면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영화나 애니를 하나 보고 나면, 위키 혹은 평론가의 글을 찾아 내가 혹시 놓친 부분이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어떤 다른 생각을 했는지 알아보곤 한다.

 

이번 영화에도 놓친 부분들이 여럿 있었다.

주인공이 중간에 '독신'이라고 스스로 밝힌 점이나 마지막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대사('당신 품이 이렇게 따뜻한 줄 잊고 있었어.') 같은 것들.

나중에 한번 더 봐야할 것 같다.

 

 

여담인데 대학 전공 탓인지, 매체 하나를 접하고 나면 그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이나 비판거리가 떠오르곤 한다.

가장 궁금한건 주인공의 시간개념이 시작과 끝(선형)이 아닌 시작이자 끝, 끝이자 시작(원형)으로 바뀌었다는건데

흘러가는 절대적인 시간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녀의 인지만 바뀐건지

혹은 그녀의 시간 자체가 아예 바뀐건지가 무척 궁금하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현재 혹은 미래의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바꿀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현재 혹은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물론 그녀의 사고방식(운명을 수긍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덕에 그게 가능하다 치더라도 그러진 않겠지만.

그리고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타임워프물이 돼버린다.

아무래도 인지만 바뀌는게 맞는 거 같다.

 

또 다른 궁금증은 중간에 그녀가 미래에서 헵타포드 언어를 일반 대중에게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헵타포드 언어를 배운다면 일반 대중들 역시 그녀와 같은 외계인식의 시간인지가 가능해지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구인 전체의 시간인지가 외계인의 그것과 같아질 가능성이 큰데,

코스텔로가 루이스에게 '루이스는 미래를 본다'라고 한걸 보면 그녀에게만 이런 특수한 인지능력이 생긴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3천년 후에 그들(헵타포드)이 인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걸 보면 루이스 혼자서만 인지의 변화가 생겨선 이와 같은 도움이 불가능하지 않나 싶고.

결과적으론 후자일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인류 세계에 혼돈이 찾아오는건 아닐지

쓸데없는 생각이긴 한데 개인적으론 무척 궁금하다. 

 

 

영화에서 가장 이해가 힘들었던 부분은 코스텔로랑 루이스가 일대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는데

서로 문장구조는 물론이거니와 단어 하나(예컨데 '무기'같은)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장생성 기기도 없이 상당히 자유롭고 정확한 대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너무 단시간에 의사소통 능력이 상승한거 아닌가 싶지만 영화라는 매체 상 무한정 질질 끌 수는 없으니 어느정도 이해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영화는 테드 창의 SF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데,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이라 의외였다.

<향수> 혹은 <눈 먼 자들의 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긴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찾아서 읽어보고싶다.

 

또한 한국에선 동일한 제목의 영화 (칼 세이건의 SF 소설 <컨택트>를 토대로 만들어진 1997년도 영화 <컨택트>) 때문에 조금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찾아보니 해당 영화 평도 상당히 좋아서 한번 찾아서 보려 한다.

그러고보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예전에 읽다가 중단했는데 언제 다 읽지.

 

 

 

 

Arrival (2016) - "Common Ground" - Paramount Pictures

 

영화의 주제와 맞춰,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이 상대방의 언어에 대해선 전혀 모른채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특별 영상이다.

 

 

 

 

 

 

 

 

 

 

 

 

 

 

 

해당 영화에 등장한 전 세계의 12개 쉘을 배경으로 한 포스터